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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계속 커피 스푼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리고는 문득 벽 덧글 0 | 조회 162 | 2021-06-07 12:33:28
최동민  
그녀는 계속 커피 스푼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리고는 문득 벽에 걸린 시계에 눈길을 주었다. 그녀가 시게를 보면 창밖으로는 전철이 지나갔다. 그녀는 전철이 다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는 말했다. 사람의 마음이란 깊은 우물 같은 것 아닐까 하고 생각해. 그 바닥에 무엇이 있는 지는 모르지. 가끔 떠오르는 것들의 모양을 보고 상상할 수밖에 없어 두 사람은 한 동안 우물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어떤 혼잣말을 했지, 예를 들어?그것이 TV 피플우리는 피가 전부 빠질 때까지 부츠를 신은 경관의 다리를 들어 몸을 거꾸로 세우고 있었다. 덩치가 큰 남자라, 다리를 들고 몸을 받치고 있기에는 상당히 무거웠다. 마루타가 힘이 세지 않았더라면, 도저히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녀는 처럼 몸집이 크고, 힘이 센 것이다. 남자들이 그렇게 너를 덮치는 것은 네 탓이 아니냐라고 마루타는 다리를 잡을 채 말했다. 네 몸 속의 물 탓이야. 네 몸은 그 물에 맞지 않아. 그래서 모두들 그 물에 이끌려,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거야1996년 2월 김난주나는 옛날에 너랑 한 약속을 아직도 분명히 기억하고 있어, 라고 그녀는 말했다. 그 한참 동안이나 그 말의 의미를 헤아릴 수 없었다. 그러다 문득 언젠가 그녀가, 자기가 결혼한 다음에 그와 자겠노라고 한 말을 기억해냈다. 그 역시 그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말을 약속이라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녀가 그런 말을 입에 담은 것은 그 당시 그녀가 혼란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혼란스러워 뭐가 뭔지 모르는 상태에서, 그만 그런 말을 하고 만 것이라고. 하지만 그녀는 혼란에 빠져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그녀에게 그것은 약속이었던 것이다. 명백한 서약이었다. 그는 순간 방향을 잃고 말았다. 대체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정당한 일인가, 그는 알 수 없었다. 그는 어쩔 바를 몰라 사방을 돌아보았다. 이미 아무 것도 그를 이끌어 주지 않았다. 물론 그녀와 자고 싶었다. 그것은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그는
오후로 이어진 회의에서 나는 또 TV 피플을 보았다. 이번에는 두 명으로 늘어나 있었다. 그들은 어제와 똑같은 소니 컬러 텔레비전을 짊어지고 회의장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그러나 텔레비전 사이즈는 어제보다 한 뼘쯤 컸다. 이것 참, 하고 나는 생각했다. 왜냐하면 소니는 우리들 회사의 적수였기 때문이다. 그 어떤 이유에서건, 그런 물건을 회사 내로 반입하면 일대 소동이 벌어진다. 상품을 비교하기 위하여 타사 제품을 부내로 가지고 들어오는 일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경우에라도 회사 마크는 떼어버린다. 타 부서의 눈에 뜨이면 성가신 일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은 사방 아랑곳하지 않고, SONY라는 마크를 당당하게 드러내 보이고 있었다. 그들은 문을 열고 회의실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실내를 한 바퀴 빙 훑어보았다. 텔레비전을 둘 장소를 물색하고 있는 듯한데, 결국 적당한 장소는 없었다. 그리하여 그들은 텔레비전을 짊어진 채 다시 뒷문으로 나갔다. 하지만 그 방에 있던 사람들은 아무도 TV 피플에 대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이 TV 피플을 못한 것은 아니다. 그들에게도 역시 TV 피플은 보였다. 그 증거로 TV 피플이 텔레비전을 메고 회의실로 들어오자, 그 곁에 있던 사람들은 자리를 비켜, 그들의 앞길을 터 주었다. 그러나 그들은 TV 피플에 대해 그 이상의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의 반응은 근처 다방 아가씨가 주문 받은 커피를 들고 왔을 때나 다름이 없었다. 그들은 원칙적으로 TV 피플이 거기에 없는 것으로 여기고 대응하고 있다. 나는 도무지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TV 피플을 알고 있는 것일까? 그리하여 나 혼자만 TV피플에 대한 정보에서 소외되어 있는 것일까? 어쩌면 아내 역시 TV 피플에 대해 미리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군, 하고 나는 생각했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느닷없이 방안에 텔레비전이 출현했는데도 놀라지도 않고, 그에 대해 한 마디 언급도 하지 않은 것이다. 그 외에 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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