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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은 떠는 아내를 보았다. 허나 허준은 동정하지 않았다. 아마 덧글 0 | 조회 101 | 2021-06-04 11:57:29
최동민  
허준은 떠는 아내를 보았다. 허나 허준은 동정하지 않았다. 아마 몰랐을 것이다. 벗으려 벗으려 해도 벗을 길 없는 천민들의 신분의 제약까지는.두 쪽 매달린 게 남들보다 반 쪽도 못되는 작은 걸 차고 있어.그래서 이 일은 내가 나서서 내 나라 산천을 두루 헤매며 내 나라에서 약재로 쓰는 초근목피며 그 열매들을 일일이 맛보고 실험하고픈 생각으로 몇 년을 번민했었지.양예수의 졸개지.눈은 지금 저대로면 충분하오 . 겸이는 지금 잘 알고 있어. 배가 고파도 하인이 먹을 걸 대령하지도 않으며 철따라 새옷을 해입는 처지도 아니며 아비가 세상을 향해 호령하는 벼슬아치가 아니라는 것도 .위엄 세우지 않고 다정하게 굴면 종당에는 약값을 깎으려 기어붙는 것이 병자들의 심성올시다.그들이 자기를 구해준 고마움은 안다. 또 그들의 의술을 우러러본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건 자기가 의술에 관심이 있었을 때의 얘기다.허준이 저도 몰래 낭자의 품에서 늙은이를 받아안으며 그 저고리를 헤치고 귀를 갖다댔다,그 놈을 창녕 모모한 댁으로 떠나보낸 걸 다 알고 있소. .?그리고 기다리던 기회가 지금 왔다고 생각했다.그럼 유의태도 유의일까?대답없는 장쇠에게 유의태가 가차없이 말을 이었다.좀더 알아보리라. 안광익이라는 인물에 관해 좀더 알아보리라.낙방의 충격인지 도지의 글 읽는 소리가 끊어지고 장쇠의 날이 저물 줄 모르고 계속되던 난생 처음 그 감격의 한양 구경기 화제도 시든 그해 동짓날 스승과의 독대 이후 늘 우울했던 허준에게 한가지 경사가 있었으니 아내의 순산과 득남이었다.손씨가 대신 대답하며 불현듯 한숨 쉬었다.유의태의 눈이 허준에게 불화살처럼 꽂혀 있었다. 그 눈은 좀전 다음부터는 처방지에 병자의 나이를 빠뜨리지 말라던 그 온화한 눈이 아니었다. 제자들이 혹은 무서워하고 혹은 정나미 떨어져 하는 그 냉엄한 눈이었다.자고 있겠지, 아니 아내는 깨어 있을까?그러나 침경에 쓰인 바에 의하면 .하나 .그랬습니다.이에 도지가 손부터 내저으며 임오근의 이론을 내친 후, 자네가 병자를 보았다면 얼마나 봤다고
낮고 짤막한 그리고 어딘가 단호한 울림이 있는 목소리였다.다희가 다시 기도하듯이 마음속에 남편의 행운을 빌었을 때 방 밖에 두런거리는 소리가 났고 놀라 돌아보았을 때 기척도 없이 문을 벌컥 열며 방문 앞에 나타난 건 전임 현관이 낙향했음을 알려주던 그 이방이었다.제가 아는 병이므로 짓습니다.반상이 유별하여 큰갓 쓰고 각자 하인을 거느린 그 호기 서린 양반댁 자제들, 더구나 과거 보러 가는 그들의 앞을 무엄하게 가로질러 먼저 뱃전에 오르기를 저어하여 그들의 작별인사가 빨리 끝나기를 흘낏거리며 기다렸다.허준이 불꽃이 되는 성대감의 서찰을 뺏으려 한 것도 잠깐, 유의태는 이미 잿더미가 된 그 서찰을 놋화로 속에 내던지며 말했다.더구나 스스로 제 목숨을 끊은 사람을 의원이라고 다 살려내는 건 아니다 그 말이오.거긴 왜오니까?찌르시오. .죽은 이의 창백한 얼굴 앞에서 다희의 침묵이 길었다.무어라고, 희롱이라니. 어럽쇼? 아니 그럼 관명을 띠고 왔다면 볼일이 있단 말 같은데?차려내거라.버티고 있던 허준의 어깨가 처지며 발 아래 어지러이 널린 약방문들을 모았다.허준은 멀지 않은 곳에서 낮닭이 한가로이 우는 소리를 들은 듯했다.왜 자식의 고삐를 휘어잡지 않나? 혹 재주가 있다 보거든 병들어도 아픈 체 못하고 끙끙거리는 불쌍한 것들을 보라 하게.처음의 목소리가 웃음과 함께 하는 소리 끝에 허준은 자신의 몸이 완강한 힘에 쳐들리는 걸 어렴풋이 깨달았다. 그리고 그제야 그 목소리의 임자가 안광익 바로 그 사람의 음성인 걸 깨달으며 허준의 의식은 다시 멀어졌다.하고 대신 업어줄 기색도 없는 중의 대거리였다.해가 져서야 그 주연은 끝났고 마련된 비단 이부자리 속에 쓰러진 뒤 허준은 자꾸만 자기를 흔들어 깨우는 임오근의 소리를 들은 듯했다.뭐요, 이건?강폭이 넓어 소리쳐 불러야 사공의 잠을 깨울 수 있을지 모르겠소. 혹 이 근처 어디 깨진 징이라도 매달아놨음직 하오만!강아지가 또 낑낑거리는 소리가 났다.백이십육 혈올시다. 하고 허준이 대답하려 했으나 시선이 자기에게 향하고 있지 않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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